어제 오후 쯤에 철수명령 떨어졌고 집 오자마자 잠들어서 일어나자마 몇 자 끄적여봄
엊그제 뉴스 보면서 잘하면 갈 수도 있겠거니~ 하면서 잠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4시쯤 전화오더니 대응3단계 발령으로 비상소집발령이니 신속히 본 서로 들어와달라고 했음. 어안이 벙벙해서 바로 양치만 하고 택시타고 서로 가서 방화복이랑 공기통이랑 뭐 장비들 다 챙기고 곧바로 속초로 출발했음.
가다가 휴게소 들렀는데 진짜 소방차랑 소방관밖에 없더라 내가 봐도 개멋있었음 . 거의 다 도착할 때 쯤 날이 밝았는데 다행히 불꽃은 안보였고 연기는 곳곳에서 보였음. 톨게이트 들어갈 때 창문 살짝 열었는데 진짜 탄내가 진동을 하더라. 도착해서 집결지로 모였다가 밥 먹고 지역별로 임무지정 받아서 이동함.
강원소방이나 본부에서 지역별로 임무랑 출동 어디로 가라고 지정해주면 거기로 가서 현장활동 하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음. 예를 들면 인원이 부족하거나 지원이 더 필요한 현장이 있으면 경기,대전,광주소방 등 대기하고 있는 소방에 지원요청 해서 가서 도와주고 다 하면 또 집결지에서 대기하거나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고 그랬는데 괜찮은 시스템이었어.
대응 3단계는 소방관도 평생 접할까 말까 하는데 참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아.
이번에 뭐 소방차 800대 넘게 오고 그랬다는데 내가 볼 땐 너~무 많은 소방력이 모인 것 같았어. 물론 산불이 혹시나 더 확산될까봐 전국에서 다 오긴 했지만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1시간씩 기다렸다 먹고 화장실도 없고 그랬음. 그래도 다들 각자의 다른 배경과 다른 삶이 있는데 한가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모였다는게 뭔가 뭉클하더라. 뭔가 크...사명감이 불 타오르더라고.. 소방관은 사명감을 먹고 살아가....
무튼 현장은 진짜 처참했다 길 양쪽이 다 탔어. 길만 빼고 다 탔고 창문 샷시랑 철판은 녹아서 구부러질 정도였고 진짜로 새가 날아가다가 타서 떨어져 죽었음. 곳곳에서는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고 물 계속 쏘는데 다 꺼졌나 하고 좀 쉴라고 앉으면 다시 연기가 나서 다시 끄고 그랬음. 바람도 너무 세서 물을 쏘는데 화점으로 안가고 다 옆으로 날아가더라 물이 일자로 안나갔음.
차에 물 다 떨어져서 소화전에 물보수 하러 가는데 강원은 수압이 약한지 차에 물 다 받는데 좀 걸리더라고. 물 받고 있는데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"감사합니다, 고생많으십니다" 이런 말 많이 해주시는데. 또 사명감이 불 타오르더니 오늘 잠 안자고 불만 꺼야겠다 생각 들더라ㅋㅋㅋ. 음료수랑 빵 같은 거 막 주시는데 너무 감사했음 그 와중에 이거 받아도 되나... 싶었음. 뭔가 나 때문에 불이 커진 것 같고 맘 아프고 막 죄송하고 그래서 진짜 최선을 다해 화재확산을 방지하자는 생각을 했음.
그렇게 작업하다가 해질 때쯤 우리가 맡은 지역은 어느정도 마무리가 돼서 다시 집결지로 갔고 잘 곳을 찾다가 속초 연수원에서 자기로 했음. 연수원 가다가 재발화해서 다시 출동해서 끄고 자다가도 새벽5시에 또 재발화해서 출동 나갔는데 피곤하긴 해도 감사합니다 이런 말 들으니 뭔가 내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힘이 나더라. 그렇게 날이 밝았고 다시 집결지로 모였음 보니까 차들이 많이 없길래 물어보니까 다른 지역은 대응2단계로 내려 갔을 때 다 철수 했다고 하더라고..
곧 우리도 철수 하겠거니 했음. 근데 갑자기 속초 쪽은 이제 재발화가 없고 다 진화 되었으니 인제로 가야한다고 했음. 나는 솔직히 이때 집 갈 줄 알았는데 다시 지원 간다고 해서 너어무 기뻤음... 옆에 주임님이 "아이고~ 인제 가믄 은제 올랑가~" 하시는데 개웃겼음 ㅋㅋ 우린 속히 인제로 향했고 산림청 헬기들이 소양강에서 물 받아서 뿌리고 있었음.
방화복 입고 대기하는데 팀장님들 회의하시더니 인제 쪽은 산림청이랑 강원소방에서 맡고 있을테니 철수하라고 해서 철수했음. 본서 도착해서 짐 풀고 바로 집와서 씻고 잤는데 몸이 녹아내릴거 같았음.. 무튼 이번에 평생 잊지 못할 정말 좋은 경험했고 뭐 경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울산 경북 전북 전남 충북 창원 세종 하물며 부산도 그 멀리 속초까지 왔는데 대한민국은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
속초 산불 진압에 투입된 소방,경찰,군,산림청 등 모든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.
형들 지나가다가 소방관이 있으면 감사하다거나 그런 따뜻한 한마디 건네줬음 해~
(출처 : 웃긴대학 http://m.humoruniv.com/board/read.html?table=pds&number=864607)
'감동사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봉준호 감독의 흑역사 '플란다스의 개' 시사회 (0) | 2019.06.06 |
---|---|
마음을 다스리는 글(법구경) (0) | 2019.05.26 |
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잊지말자며 추모행진 하는 광주의 중학생들 (0) | 2019.04.16 |
속초산불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대원들에게 건네진 커피 한 잔 (0) | 2019.04.09 |
구십세 노인이 신문지로 만든 예술그림, 최고의 야심작은 브로콜리 (0) | 2019.03.27 |
구순의 나이에 대학에 진학한 김순실씨의 사연 (0) | 2019.03.27 |